14년만의 WBC 중계, 지상파 3사의 불꽃튀는 경쟁이 시작됐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이 다가오면서 방송사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상파 3사(MBC·KBS·SBS)는 2009년(2회) 대회 이후 무려 14년 만에 WBC를 중계합니다. 한국 대표팀이 출전하는 전 경기는 지상파 채널에서, 다른 국가의 경기는 스포츠 전문채널에서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직전 두 대회(2013년, 2017년)의 경우 종합편성채널 JTBC가 독점으로 중계권을 얻었습니다.

지상파 3사가 국제대회를 중계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초에 막을 내린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이후 3개월 만입니다. 독점 중계가 아닌 만큼 모든 방송사가 '시청률 1위'를 목표로 WBC를 준비 중이다. 중계진 구성에 심혈을 기울인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원본 기사

14년 만의 WBC 중계, 지상파 3사의 불꽃튀는 경쟁이 시작됐다

이정후 아버지 이종범과 함께하는 WBC

카타르 월드컵에서 김성주 캐스터-안정환·서형욱 해설위원으로 중계진을 꾸린 MBC는 안정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중계를 선보였습니다. 덕분에 SBS(배성재·박지성·이승우), KBS(이광용·한준희·구자철)를 제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그 상승세를 이번 WBC에서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이 MBC의 생각이다. 지난 시즌 지상파 중계 때 마이크를 잡은 박재홍, 이상훈 해설위원 대신 정민철, 이종범 해설위원에게 중책을 맡겼습니다. KBO리그, 메이저리그, 2020 도쿄올림픽 중계 등을 경험한 김나진 캐스터가 이들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2020년부터 3년간 한화 이글스 단장을 맡다가 오랜만에 중계석에 앉은 정민철 위원은 KBO리그 개막에 앞서 WBC로 '해설 복귀전'을 갖습니다. 과거 메이저리그, KBO리그를 통해서 날카로운 분석과 재치 있는 해설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여기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아버지이자 고우석(LG 트윈스)의 장인어른이 된 이종범(LG) 코치가 구단 측의 배려로 해설위원을 맡게 됐습니다. 2015~2018년 MBC스포츠플러스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중계석이 낯설진 않습니다. 이 코치는 2006년 WBC 대표팀의 4강 주역 중 한 명으로, 당시 2라운드 한일전에서 터뜨렸던 2타점 2루타는 지금까지도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장면입니다.

MBC는 "시청자들과 공감하는 방송으로 대한민국 대표팀 응원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정후, 고우석이 나란히 대표팀에 선발된 만큼 WBC 중계방송의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이종범 위원의 입에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월드컵의 아쉬움을 털어내야 하는 KBS

KBS는 월드컵에서 MBC와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들였습니다. 파울루 벤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을 경험했던 선수이자 현역으로 뛰고 있는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을 야심 차게 영입했지만, 큰 소득이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결국 지상파 3사 중에서 시청률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부진을 만회하고 싶은 KBS가 택한 카드는 '투머치토커' 박찬호, '최강야구 캡틴' 박용택 해설위원입니다. 2006년 WBC에서는 선수로, 2013년과 2017년 WBC에서는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투머치토커' 박찬호 위원이 KBS에서 시청자들과 만난다. KBS 소속으로는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국제대회 해설입니다.

'투머치토커'라는 별명에 걸맞게 올림픽에서 풍부한 지식을 뽐내기도 했지만,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강백호(kt 위즈)가 더그아웃에서 껌을 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박 위원의 지적을 놓고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또한 3인 중계 체제였던 나머지 두 곳과 달리 KBS는 박찬호 위원 혼자서 해설을 맡은 것에 대해서 팬들의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일까, KBS는 박찬호 위원을 받쳐줄 수 있는 인물로 박용택 위원을 낙점했습니다. 박용택 위원은 두 시즌 동안 KBO리그 해설위원으로서 깊이 있는 해설로 팬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국제대회 해설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광용 캐스터와 두 명의 해설위원이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주목됩니다.

 

새 얼굴 합류한 SBS,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에 거는 기대

SBS에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우영 캐스터와 이순철 해설위원이 출격한다. 여기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 전 해설위원의 공백을 메울 '뉴페이스'가 합류했습니다. 은퇴 이후 SBS <집사부일체> 등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그 주인공입니다.

SBS는 "지난해 많은 야구팬의 박수를 받으며 야구 인생을 화려하게 마감한 이대호가 SBS에서 WBC 해설위원에 도전합니다. 이순철 해설위원, 정우영 캐스터와 호흡을 맞춰서 대한민국 경기를 포함해 주요 경기를 중계방송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대호 위원은 "응원단장의 마음으로 마이크 앞에서 목청을 높이겠다. 시청자분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해설할 것이며, 현장의 생생함도 놓치지 않고 전달하겠다. 이번 대회서도 한일전이 가장 기다려진다. 후배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통쾌한 승리를 거두길 바란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현역 시절 일본 프로야구(NPB),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밟아봤던 이 위원은 WBC(2009, 2013, 2017년)를 포함해 태극마크를 무려 8번이나 달아봤습니다. 2015년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는 9회 초 역전 적시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해설 경험은 전무해도 선수로서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읍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다음 달 9일 오후 12시(한국시간) 호주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WBC 1라운드 일정에 돌입합니다. 지상파 3사는 호주전을 시작으로 대표팀의 전 경기를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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