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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2단계 심사에 돌입한다. EU 측은 심사 기한을 7월 초라고 밝혀 대한항공이 당초 계획했던 올 상반기 내 합병 마무리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EU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2단계 심사 진행 7월 결말

EU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2단계 심사를 오는 7월 5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월 13일 대한항공이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한 뒤 1단계(초기) 심사를 했지만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EU 집행위는 "두 항공사의 합병이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EEA 사이 양사가 운영하는 4개 중복 노선이 여객 운송 서비스에서 경쟁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4개 노선은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노선으로 알려졌습니다.

EU 집행위는 양사 합병 시 화물 부문 경쟁력 저하도 언급했습니다. 집행위는 "합병이 화물 운송 서비스 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며 "EEA와 한국 간 (화물 운송) 경쟁을 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다른 나라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EU 집행위가 2차 심사에 착수하면서 대한항공은 독과점 해소 방안 등을 담은 시정안을 다시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집행위는 평일 기준 90일간 조사를 벌인 뒤 오는 7월 5일 합병 승인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심사 기한은 시정방안 제출 등에 따라 최대 130일까지 연장될 수 있습니다.

이오 관련 큰 규모의 기업 간 결합에 있어 2단계 심사는 통상적인 수순이라는 게 대한항공 측 공식 입장입니다. 대한항공은 EU 경쟁당국의 심사에 성실히 임해 조속히 기업결합심사를 종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입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잠정적인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는 것은 이미 심사 초기부터 언급됐던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사안은 경쟁당국과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U 집행위가 시정제출안 미제출을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실상 EU 경쟁당국에서 2단계 심사를 진행하기로 한 상황에서, 일정 단축 및 효율적 심사를 위해 1단계 심사에서 시정조치 안을 반드시 내야 할 필요는 없다"라며 "EU 경쟁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2단계의 적절한 시점에 시정조치 방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단계 심사 오히려 합병 승인 가능성 높여줘


전문가들은 2단계 심사가 오히려 합병 승인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검토 기간이 충분해 경쟁당국과 시정조치 안에 대한 협의를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고, 각종 자료 보완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이유입니다.

1단계 심사의 경우 영업일 기준으로 25일에 그칩니다. 시정조치 안을 낼 경우 10일 더 연장되지만 아무래도 기간이 짧다. 미리 사전협의 기간을 거쳤다고 하지만, 심사 기간이 짧기 때문에 요구 기준도 높은 편입니다.

반면 2단계의 경우 영업일 기준으로 최대 125일까지 협의가 가능합니다. 충분히 여유를 갖고 독점 문제 등을 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한항공이 제시한 시정조치 안에 대한 조율과 보완이 가능해 2단계 심사는 그만큼 승인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업계는 최근 다른 항공사 합병 실패 사례와 비교했을 때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스페인 1위 항공사인 IAG와 3위인 에어유로파는 EU 경쟁당국의 2단계 심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합병을 철회했습니다. 캐나다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3위인 에어트랜젯 기업합병도 합병을 포기했습니다.

IAG와 에어유로파의 유럽 중복 노선은 70여 개에 달했습니다.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젯의 경우도 유럽 중복 노선이 30개를 넘습니다. 이들은 경쟁 제한성을 낮추기 위해 이 중복노선을 대신 운항할 신규진입항공사(Remedy Taker)를 찾아야 했는데 워낙 중복노선이 많아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유럽 여객 중복노선은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단 4개 노선에 그칩니다. 합병 이후 이 노선을 대신 운항할 신규진입항공사를 찾기가 훨씬 더 쉽다는 의미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주요 14개국 승인을 얻어야 최종 마무리됩니다. 현재 양사 합병은 10개국 승인은 모두 받은 상태입니다. 임의 신고국가인 영국과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4개국은 여전히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 중 어느 한 국가의 경쟁당국이라도 합병 불허를 결정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수·합병(M&A)은 무산될 수 있습니다.